[사람과 법 이야기] 가동연한:일할 수 있는 나이 65세의 숨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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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법 이야기] 가동연한:일할 수 있는 나이 65세의 숨은 뜻

나이가 들어간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생활의 질이 좀 더 나아지기를, 삶의 품격이 지혜의 축적, 숙성 속에서 더 높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일 게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옹색한 현실 시간의 벽 앞에 마주하여 마냥 무력하기만 한 자기 꼴을 아프도록 깨닫게도 한다. 그러하기에 이것이 삶의 참모습이던가 탄식이 절로 나오곤 한다.

필자는 쉰 살 생일을 맞이하면서 성인발달연구의 권위자인 조지 베일런트 미국 하버드대 의대 정신과 교수의 저서 `행복의 조건`(프런티어·2010)을 찾아 읽어본 일이 있다.

생의 가치와 아픔 사이의 조화 지점을 찾아 남은 시간의 가치를 얼마로 매길 수 있을지 요량해 볼 심산에서였다. 이 책은 행복한 `나이 듦`의 의미와 그 행복을 이루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에 관해 연구한 성과를 요약하고 있다. 최초 연구 대상은 미국에서 1910년대에서부터 1930년대 사이에 태어난 814명의 젊은이로 삼았다. 이 연구는 무려 80년 전인 1938년부터 시작돼 근자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때부터 정기적 관찰, 면담을 거치면서 그들이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는 살다가 갔는지 개인사, 사회 생활 전반을 기록해 왔다.

다가올 미래를 앞둔 젊은이들의 꿈은 생의 한가운데를 거치면서 예상과는 다른 여러 곡절 속에 변모해 왔다. 성공담도 있지만, 좌절과 실패의 역사도 드물지 않았다. 불운 속에서 헤매다 병이나 사고로 생을 아쉽게 중도(?)에 마친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또 일부는 살아남아 지금껏 가치 있는 삶을 누리는 행복한 사람들도 있다. 지나 보면 필연으로 알게 될 남들의 운명 같은 인생 여정을 눈시울을 적셔 가며 짚어 나가다 보니 드디어 정말 무서운 대목에 이르렀다.

이 실증 연구의 중간 결과에 의하자면, 나이 오십 시점에서 다음 일곱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금연, 술의 절제, 적당한 체중, 규칙적인 운동, 안정적인 결혼 생활, 교육 수준(늙더라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기), 그리고 성숙한 방어기제가 바로 그것이란다. 특히 심리적 요인인 성숙한 방어기제는 성별과 사회적 지위를 불문하고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약속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 불쾌한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이를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경제적 부는 놀랍게도 고려 요인이 아니었다.

이들 요소를 두루 갖춘 사람들 대부분은 50세 이후 30년 이상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갔음이 관찰됐다. 나이 50세에 이들 방어 요소 중 두 가지도 갖추기 어려웠던 사람들은 30년이 흐른 뒤에 보니 모두 이 세상 분들이 아니었다! 이런 무서운 연구 결과 앞에서 쉰 살 생일 하루를 축복되게 지내고자 한 심산은 복잡하게 다시 엉키고 말았다.

삶의 가치는 이런 요인들이 쌓여 건강한 수명이 연장된 결과로 더 얻게 된 지적 호기심의 충족, 우애와 사랑, 행복한 충만감으로 높아질 것이다.

이 대목에서 지난 21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주목된다. 대법원은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적인 가동연한을 종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기로 하는 매우 중요한 판결을 내놓았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달라진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지금부터는 이 연령을 높여 잡아주는 것이 우리 경험칙에 맞는다는 것이다. 가동연한이란 `돈 받고 일을 할 수 있는 나이` 정도로 이해하면 될 터. 여기에는 꽤 복잡한 법의제적 요소가 섞여 있기는 하다.

아무튼 우리의 건강 수명의 가치가 늘어났음을 확인한 이 판결은 대단히 의미가 깊다.

이 전원합의체 판결의 별개 의견을 통한 논쟁도 흥밋거리다. 다만 삶의 가치 논쟁이 몇 살까지 돈 받고 일할 수 있을까 정도로 그치기에는 다소 밋밋해 보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삶의 품과 격 전반을 놓고 인문학적, 철학적, 실증 과학적 통찰이 가미된 멋진 논쟁이 대법원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김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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