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 이야기] 국가의 품격과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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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법 이야기] 국가의 품격과 법치주의

사람의 성품은 타고난 것도 있지만 유아 시기에 어떻게 키워졌는가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적·선천적 요인과 양육 환경 같은 후천적 요인이 서로 섞여 사람의 인격이 형성된다는 말이다. 특히 사이코패스나 반사회적 인성은 타고난 기질적 요건에 더해 어린 시절의 학대, 일관적이지 못한 훈육으로 인해 발현될 수 있다고 한다.

훈육의 일관성은 참으로 중요하다.

잘한 일과 잘못한 일에 따라 돌아오는 부모의 반응에는 분별이 있어야 한다. 큰 잘못과 사소한 잘못에 대한 대처 사이에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큰 잘못은 잘도 넘어갔는데 돌연 사소한 실수에 욕을 잔뜩 먹는다면 아이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적당히 얼버무리면 잘못이 덮이고, 애써 칭찬받을 일을 했음에도 돌아오는 반응이 무덤덤하다면 거기서 무엇을 배울까. 이런 일이 일상에서 반복된다면 아이는 어찌할지 혼란스러워하다가 길을 잃어버릴 것이다. 비일관적 양육 속에서 자란 아이는 후일 성인기에 대인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공격적 성향을 가질 우려가 커진다. 부모의 훈육 규범이 바로 서야 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사람의 성숙이 그럴진대, 사회의 성숙과 국가의 품격 역시 마찬가지다. 시류에 따라 원칙이 돌변하고, 권력자의 변덕스러운 생각에 따라 지켜야 할 법이 오락가락하면 큰 문제가 일어난다. 상벌이 뒤죽박죽이고 비례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체제에 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와 안위를 지켜줄 것으로 믿었던 국가와 제도에 대한 기대를 거두게 된다. 그 사회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혼란 속에서 아노미에 빠질 것이다. 누가 권력을 잡든 일관된 법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는 법치주의가 강조되는 이유다.

고난의 법치주의 역사 속에서 경험으로 배울 일이 있다. 권력은 때때로 자의적 기준으로 새로운 위험을 조장한 다음 자신만이 그 위험을 관리할 수 있음을 내세운다. 국민이 그 권력의 품속에 머물 때 평화와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고 선전한다. 한편으로 그 위험의 주범으로 희생양을 색출하고 거리 처형을 단행해 응보의 위안과 공포감을 조장한다.

반면 반대파가 주장하는 위기는 비록 진정한 것이라도 이를 `괴담`으로 폄훼한다. 반대파가 말하는 위험은 결국 자기 권력이 전복되는 결과로 현실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손쉽게 자주 써먹는 조장된 위험으로는 범죄로부터의 위험을 들 수 있다. 범죄에 대한 징벌은 사회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터다. 사회적 이방인이자 소수파인 범죄자 그룹에 대한 엄벌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큰 저항과 비용 없이도 사회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좀 난감한 문제가 있다. 범죄와의 전쟁 결과로 얻는 것은 범죄의 억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이런 억압적 통치 기구의 권한 강화에 그치고 만 것은 아닌지. 그것이 역사의 교훈이었다.

필자는 지금부터 약 10년 전, 이런 우려의 기미 때문이었는지 다음과 같은 글을 한 신문 칼럼에 기고한 일이 있다.

“인치에 대응하여 법치가 있다. 인치라고 하여 법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인치의 법과 법치의 법은 다스릴 대상에서 차이가 있다. 법치는 인본(人本)을 근간으로 할 때 가치가 있다. 이 점에서 법치는 법가(法家)의 통치와 궤를 달리한다. 인본 법치에서 귀하게 여길 사람 인(人)은 법가 인치가 다스릴 대상으로 상정하는 피치자와는 사람대접부터 다르다. (중략) 법을 바꿔 엄벌 중심의 형벌을 강제하자는 놀라운 목소리도 있다. 사형집행, 보호감호 부활…. 법가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일지 머리가 어지럽다.”

그때 감지됐던 법치의 위기는 수차례 대통령이 바뀐 오늘날 말끔히 가셨다고 볼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법치 수준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할 수 있다. 법이 집행되고 있는 것 같은 외관은 있지만 그것이 사람을 중심으로 한 진정한 법인지, 그 법의 집행 결과가 사회를 단단하게 만들고 평온으로 이어지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민주 법치국가의 품격을 다시 생각한다.

[김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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