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 이야기] 끊임없는 여정: 시네마 천국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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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법 이야기] 끊임없는 여정: 시네마 천국 미나리

지난달 근 1년 만에 영화관을 다시 찾았다. 코로나19 상황이기는 했지만 최근 개봉된 영화 ‘미나리’, 그리고 영화의 여주인공이 직접 부른 주제가 ‘비의 노래(Rain Song)’는 그래도 극장에서 직접 접하고 싶었다. 마침 미나리가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많이 했다는 소식도 듣다 보니 개봉 관람을 놓치기 싫었다.

미국 이민 1세들은 자신들의 고달팠던 경험담을 고스란히 담아낸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아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유토피아의 꿈과 희망을 찾아 이민의 길을 떠난 나그네가 그곳에서 또 맞닥뜨린 곤경 때문에 다시 길을 떠나 헤맸던 애환. 그에 관련한 영화적 체험과 공감으로 팍팍해져 가는 현실 속에서 카타르시스 속풀이를 해 볼 심산도 없잖아 있었다.

간혹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의 뒷맛 여운의 어지러움 때문에 제작진 소개 자막, 엔딩 크레디트가 다 흘러갈 때까지 객석을 선뜻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정신 차리고 극장 밖 세상으로 돌아와 보면, 현실은 허망하기 그지없어 망연자실하게 될 때도 있다.

한데 ‘영화보다도 더 영화스러운 현실’을 수도 없이 겪는 것이 오늘날 우리네 인생살이다. 특히 인생 법정의 애환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분들을 고객으로 모시고 사는 필자로서는 그 직간접적인 삶의 느낌 역시 모질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다 보니 어떤 영화는 그 영화의 여운이 현실과 마구 뒤섞여 어디까지가 영화이고 어디부터를 현실이라고 여겨야 할지 헷갈리는 수도 왕왕 있다.

영화 미나리는 확실히 영화적 고통과 우리 현실의 애환을 그대로 연결해 줌으로써 관객을 공감의 장으로 빨아들이는 마력을 가졌다.

주인공들이 되게 고생하면서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그렇게 억세게 운도 없이 일이 꼬여만 갈까(ㅠㅠ). 영화 줄거리는 고생이 만발하는 주인공들의 일상으로 내내 일관한다. 혹간 웃음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또 다른 고생의 전주곡 정도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영화는 이런 고생 끝, 행복 시작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돌보는 이 없어도 숲속 시냇가 기슭에서 꿋꿋하게 자라나 나름 군락을 이룬 미나리꽝만을 마지막으로 보여줄 뿐.

영화 미나리의 단순함, 너무나 밋밋할 정도의 줄거리 때문에 첫 느낌은 ‘왜 이런 영화가 호평을?’ 정도였다는 것이 문외한의 소감이었다. 하지만 그다음 지금껏 길게 이어진 뒷맛 여운은 ‘앗! 이건 남 이야기가 아니네’라는 깨달음이라 하겠다. 지금 여기가 아니라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더 나은 다른 곳’을 향해 이주하고픈 욕망. 그 때문에 지금의 고군분투는 그곳으로 가기 위한 여정의 하나일 뿐이겠다. 이것이 녹록잖은 내 이야기, 우리 이야기의 전부다.

분명히 영화는 미국 이민 1세대의 애환만을 다룬 것이 아니었다. 그분들만 이 영화를 보고 불편함을 느낄 일은 아닌 듯싶다. 마침 눈 밑까지 두둑하게 올라온 마스크가 있었기에 비루하게 올라온 습기를 마누라 몰래 효과적으로 감춰 말릴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영화는 현실의 도피처이자, 때론 상상 속에서 가고 싶은 파라다이스 중 하나다. 영화 ‘시네마 천국’은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금 떠오르는 영화다. 하지만 줄거리상으로 주인공은 반대 방향의 길을 떠났다. 주인공 토토는 ‘시네마 천국’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이 있던 시골 고향을 벗어나 성공의 길로 떠났다.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겠다는 다짐 아래서. 영화의 끝맺음은 그러나 우리가 실로 가고 싶은 천국이 어디인지를 되물음으로써 우리 여정의 방향을 돌아보게 하는 듯하다.

“겨울이 가는 사이/봄을 반기는 아이/온 세상과 숨을 쉬네/함께 맞이하는/새로운 밤의 품”. 영화 끝자락에 흘러나오는 주제곡 ‘비의 노래’. 끝내 그들은 미나리처럼 강인하게 자라나 성공의 꿈을 이룰 것이다. 이 노래는 그 가족이, 그리고 영화가 더 아름다운 곳을 향해 떠나는 여정이 남아 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영화가 우리의 어지러운 여행길에도 격려가 됐으면 싶다. 그래서 곧 있을 오스카상 수상 소식도 전해 듣고 싶은가 보다.

[김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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