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 이야기] 당신의 생명, 몸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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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법 이야기] 당신의 생명, 몸값은?

“당신은 스스로 얼마짜리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글날 연휴, 편안하면서도 즐거운 계획을 세운 여러분을 이런 도발적 질문으로 불편하게 만들어드려 우선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음습한 인신매매범 이야기는 아니므로 크게 언짢게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란다.

친구들과 이 황당한 질문을 주제 삼아 시간을 죽이면서 허망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 질문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첫 갈피를 잡아 말의 물꼬를 트기 좀처럼 쉽지 않으리라. 첫 느낌은 ‘아니 나는 도대체 뭐지’와 같은 자신의 근본을 되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심지어는 ‘체중은 얼마지? 근육질은’처럼 입 밖에 말로 옮기기엔 당혹스러운, 즉흥적이며 황당한 생각까지 떠올리다 보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뻔한 일이다.

삶과 영혼의 무게를 무엇으로 어떻게 달아볼 것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또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랑하는 가족,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의 아픔을 생각해보자.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랑의 실타래를 끊어버리고 이것을 돈놀이꾼의 언어로 번역해보자는 시도는 정말 무모하고 비정하기 그지없다. 이 질문 자체가 사람의 도리를 저버린 악마의 질문일 수 있다는 공박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수십 년 전 필자는 예비 법조인으로서 사법연수원에서 사람의 생명, 신체 침해를 원인으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사건 손해액을 계산하는 법을 처음으로 배웠다.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생명을 잃거나 다친 사람이 가해자에게 손해를 돈으로 배상하라는 소송은 비일비재하다. 이때 돈 계산을 어떻게 하는가에 관한 공부다.

“피해자가 잃어버린 생명값, 다친 몸값은 얼마지”라는 질문에 대해, 법 실무가들 나름의 세계 속에서 계산하는 방식이 따로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로 이 칼럼 제목과 같은 질문에 대해 법적인 해답 찾기였다. 필자는 당시 사회초년생으로서 세상의 지식을 배우기에 급급했다. 그 계산 방식의 섬세함에 깊숙이 매료된 나머지 그 절대성에 대한 의문을 미처 품지 못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피해자인 사람의 목숨값, 몸값 손해는 크게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로 나뉜다. 정신적 손해는 위자료라는 일상적 용어로 널리 통용되는 말이다. 재산적 손해는 다시 그 불법행위 때문에 적극적·현실적으로 돈을 지출함으로써 입은 손해(적극적 손해)와, 지금까지와 같은 수입을 앞으로도 계속 기대할 수 있었는데 죽거나 다침으로써 못 벌게 된 손해(소극적 손해)로 구분한다. 후유증 때문에 이전과는 달리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 줄어진 수입 차액이 후자에 해당하는 손해다. 사망사고라면 아예 장래 수입 전체가 손해액으로 귀결된다.

수입 상실을 소극적 손해로 간주하는 계산법은 노동능력에 대한 침해 정도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사람의 값어치는 노동의 가치라는 사고방식을 대전제로 한다. 그 때문에 사고 당시 그가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있었고, 그 일에서 얼마를 벌고 있었는지,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하고 벌 수 있을 것인지 등등의 노동 조건이 중요한 계산 요소가 된다.

자연스럽게 소득과 연령의 차이는 최종 계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법적인 값어치는 수입이 많을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그에 비례해 커진다. 반대 방향이라면 그 값이 줄어들 터, 법적으로는 불공평하다고 다툴 여지는 거의 없다.

사람의 몸은 노동하는 신성한 몸이라고 하는 말에 가타부타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다만 그것이 전부일까, 사회초년생 때와는 다른 고민이 생겼다. 그간 쌓아온 경험과 기억이 영글어진 영혼의 무게는 정말 전혀 불필요한 것일까? 나이 때문에 법적으로 노동이 가능한 가동연한을 거의 소진했기에 이제는 사는 집 전세보증금보다도 못한 법정 가격이 매겨진 필자의 팔자타령일 수 있겠다.

9·11테러 피해자 배상 문제를 다룬 ‘워스(Worth)’라는 영화가 최근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 늘어놓은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영화다. 사람의 값을 법적으로 계산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라면 반드시 볼 필요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첫 부분 어느 로스쿨 강의실에서 사람의 값 계산에 철학은 필요치 않다고 설파하는 주인공의 강의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의 생각이 끝에는 변했음을 필경 알게 만드는 영화다.

[김상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