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 이야기] 새해결심 감시하는 AI친구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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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법 이야기] 새해결심 감시하는 AI친구 있었으면

세밑, 정초 덕담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다. 지난 한 해 아쉽게도 연락이 뜸했던 분들과 새삼스러운 안부를 주고받는 일도 그리 어색할 이유가 없는, 적당한 시절이 돌아온 것이다. 건강, 행복, 화목, 소망, 좋은 일 등 인사말. 이런 소통을 주고받는 그 자체가 자기 긍정의 좋은 기회다. 이것은 올 한 해에 대한 기대이자 낙관적인 미래 예측일 것이다.

앞날에 대해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다만 새해 희망에 머물러 그저 들떠 있을 수 없는 다른 문제가 있다. 낙관은 살아가는 데 조미료는 될 수 있을지언정 그것만 가지고선 밥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다. 오히려 닥쳐올 고난, 시련, 도전 과제 때문에 늘 대비하고, 조심하고, 경계하고, 의심하고, 걱정하지 않으면 눈 뜨고서도 코가 베이는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네 인생사의 경험이자 교훈이다. 호모사피엔스 원시 인류 중에서 이런 조심스럽고 걱정 많은 태도를 지킨 자들만이 살아남아 후손을 낳을 수 있었고 그것이 오늘 우리가 있게 된 연유다. “방심하지 마라!” 조상 내내 전수돼 우리 몸에 장착된 유전자가 일러준 비밀코드를 해독한 결과다.

새해 소망과 각오를 세우는 데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우리의 모든 선택과 결단은 앞날에 대한 행동 방침일 터.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버티기에 가장 유리하고 행복한 나의 선택지는 어느 쪽일까. 이것은 앞으로가 어떨지를 잘 읽어 내는 기술에 그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점심이 자장면인지, 짬뽕인지를 고르는 문제에서부터, 평생의 반려자를 택하는 프러포즈의 결행까지, 모든 인생 국면에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은 남을 수 있다. 그러지 않으려면 결행에 앞서 때론 곰곰이 선택이 만들어 낸 앞날의 결과를 비교해 보는 힘이 필요하다.

미래 예측은 비단 한 개인의 생존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인 집단 조직이나 기업, 국가의 명운을 가리는 정책 기획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로 긴요하다. 지금 주어져 있는 객관적 증거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 사태들은 여러 가지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때로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모순된 정보 앞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왜국의 동태를 살피고 온 통신사 황윤길과 김성일이 상반된 정보를 보고했을 때 선조 임금은 이들 정보의 가치와 오류 가능성을 저울질해 합당한 정책 결정을 해야 했다. 실제 결과는 택한 정보와 다를 수 있다. `침략할 것`이라는 정보로 방비를 튼튼히 한다면, 적은 침략 야욕이 꺾여 `침략하지 않을` 수 있다.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 때문에 방비를 소홀히 한다면, 적은 그럴 생각이 없다가 야욕이 비로소 생겨 `침략할` 수 있다.

우리는 이때 정보 보고와 결과 사이의 어긋남 때문에 생기는 손익을 비교해 어떤 선택이 그래도 덜 손해인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튼튼한 방비로 인해 재정지출이 느는 손해와 피침의 손해를 비교해 보면 답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제시된 정보가 갖는 증거의 힘과 오류율, 피할 수 없는 오류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손해의 크기를 비교해 보는 일이 주요한 과업이 된다. 알파고가 바둑 한판에서 두는 착수 역시 수읽기를 통한 승률의 변화 가능성 예측과 관련돼 있다.

필자가 로스쿨에서 가르치고 있는 `사실인정론` 강의에서는 재판과 같은 법적 의사결정에서도 이런 미래 예측 기법이 그대로 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피고인의 유죄와 무죄 사이의 극심한 갈림길 앞에서 유무죄 증거들의 가치평가를 저울질하는 방법론을 세우는 것이 강의의 주요 골자다. 여기서 미래 확률 예측 이론, 인공지능(AI) 관련 최신 연구들은 모두 유용한 공부거리가 된다. 그리 머지않은 시점에서 AI 판사나 변호사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들로 벌써 어수선해진 느낌이다.

새해 새로운 각오와 결심을 세우는 일은 미래에 대한 그림 그리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그림은 늘 장밋빛이 될 수 없고, 특히 나의 허망한 기대가 정확한 예측을 방해하는 주적일 수 있음에 생각이 미친다. 이제 나를 감시하는 AI 하나쯤을 장만해 볼 때도 됐다는 새해 소망도 버킷리스트에 올려 본다.

[김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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