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 이야기] 새해 첫날의 호접몽(胡蝶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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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법 이야기] 새해 첫날의 호접몽(胡蝶夢)

오늘은 어제가 있고 난 후 마주하는 시간이다. 어제에 머물고 있다면 오늘은 아직 미래일 뿐이겠다. 그런데 오늘이 왔기에 어제는 당연지사 과거가 되고 말았다. 이 당연한 줄거리 풀어내기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오늘, 새해 첫날이 또다시 운명처럼 닥쳐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한 땀 매듭진 세월 흐름의 건널목 위에서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해 걱정 반 기대 반, 계획이라는 것도 세워볼 요량을 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얼룩진 지난 2년, 우리 생활의 제약과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시작과 더불어 새로운 가상 디지털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전염병 덕분에 현실의 대면 세상에서 비대면 메타버스 세상으로의 도피, 이주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생활상의 혁명적 변화를 목전에 둔 차제에, 올해 계획에는 유독 별스럽게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지난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아 어제를 마감한 것이지? 다람쥐 쳇바퀴 속에 살고 있음에도 나는 언감생심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은 게지. 새롭게 열린 새로운 디지털 공간에서 현실의 나를 대신해 놀아줄 또 다른 내 자아를 만들 수는 없을까? 그렇다면 분명 나는 무언가 또 다른 것으로 변신하고 싶은 게지. 현세에서 “나”라고 하는 자의식의 끝은 언제일지? “내가 없는” 세상에 대해 이별과 상실의 두려움을 또 어떻게 극복이나 할 수 있겠는지? 아니면 영원히 내 아바타의 의식을 세상과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이런 상념의 흐름을 쫓아가다 보니, 다분히 유발 하라리 유의 호모 데우스를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문해본다. 과학 기술을 매개로 신성에 도전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의지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인공지능(AI)에 기억을 업로드시킨 공상과학 영화 ‘트랜센던스'(2014)나 ‘레플리카'(2018)가 먼 미래의 허구일 수만은 없으리라는 불길한 상상도 해보게 된다.

요즈음 뜨거운 토픽이 돼 성큼 우리 일상으로 다가온 메타버스를 공부해야겠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현실의 세상 곁에 공존하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 우리는 익숙해진 지 벌써 오래다. 스마트폰 없이 사는 삶은 세상의 관심 밖 무인도 생활과 진배없이 돼 버렸다. 우리 신경망은 통째로 과학기술의 발전 덕택에 세상과 실시간으로 연결된 것이다. 그를 통해 우리는 전격적으로 온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닌 것 같다. 이제 나의 의식적 실존을 그대로 가지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 들어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리게 됐다. 내 아바타, 더 나아가서는 나 자신의 의식 그 자체를 신세계 공간에 업로드시키는 통로가 개통될 것이다.

당연히 구분돼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현실과 가상현실(VR)이 서로 섞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실물 로봇은 이제 문제도 아니다. 현실의 실존적 자아와는 독립된 AI를 가상현실에 보내서 그가 가상현실 디지털 세계에서 내 의지와 의식에 따라 대신 뛰어놀게 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AI가 노는 대로 “느끼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메타버스 세상을 위해 증강현실(AR) 안경이 출시됐다. ‘뷰티 인 더 글라스'(2021)는 이 안경의 체험판격 영화다. 약간 불륜스러운 이 영화의 상상력과 줄거리 자체는 황당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곧 우리에게 닥칠 가까운 미래라 여겨도 무방할 듯하다. 직업병 탓이라 이 영화를 보면서 미래 사회의 가정 법률 문제를 생각해보게 된다. 다만 이 안경을 하나 사서 실제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너무 엉큼한가?

이런 기특한 생각에다, 늘 그러했듯이 올 한 해 하고 싶은 일들, 해야 하는 일들, 해서는 안 될 일들, 가지고 싶은 것들을 더해본다. 과욕은 금물이라 다짐했건만, 주섬주섬 챙긴 1년치 버킷리스트는 초월과 세속의 욕심 보따리가 되고 말았다. 죽어야 고칠 병, 욕망 때문에 또 눈이 흐려진 탓이다.

욕심은 욕심일 뿐, “내 모습”과는 다른 “남의 모습”만 그린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내가 호랑나비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지 토론이 필요하겠다. 여하튼 새해도 즐겁게 살 만한 한 해로 기억되길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상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