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 이야기]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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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법 이야기] 아무도 알지 못했다

코로나 확산세 이후 한달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 당혹

日 코로나 무능 꼬집었는데
韓도 방어선 뚫려 허둥지둥
바겐세일인줄 알았던 주식
검은 공포 몰려와 속쓰린 후회

2020년은 결국 어떻게 기억될까

2009년 4월 6일 새벽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에서는 규모 6.3 강진이 엄습했다. 이로 인해 30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숨졌다. 지진 발생 며칠 전에 전조 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진 예측을 위한 이탈리아 국립재난위원회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반대 예측을 했다. 이후 위원회에 관여한 과학자 여섯 명과 공무원 한 명은 예측 실패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2년에 걸친 재판 끝에 징역 6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됐다. 충분히 과학적으로 예측 가능한 일을 소홀히 하여 적시에 긴급 대피를 못 하게 했다는 이유였다. 후일 이 1심 판결은 상급심에서 뒤집혀 무죄가 선고됐다. 여하튼 이 재판은 과학의 예측 실패를 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가를 놓고 두고두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단 법이나 과학 탓만일까. 죽은 뒤 내세는 고사하고 하루 앞날의 일이라도 이를 알아볼 깜냥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을까. 다가올 미래는 과연 과학의 힘으로 예측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니면 믿음과 신앙의 예언에 의지할 뿐인가.

지난 2월 18일 코로나19 감염 확산 보도 이후 4주 가까이 지난 작금의 땅과 하늘은 지금껏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곳으로 돌변했다. 그 짧은 사이임에도 이처럼 변해버린 통제불능, 변화무쌍 세상사에 대한 당혹감.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안 했을 일을 왜 어리석게 그랬지라는 후회감. 닥쳐올 불확실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 이제 누군가의 탓으로라도 돌려 화풀이를 하고 싶은 이런 느낌이 지금 우리의 공기를 침울하게 짓누르고 있는 듯하다.

2월 14일 금요일 한 언론 보도는 AFP통신을 인용해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례를 제외하고 중국 외 지역에서 확진자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아울러 또 다른 보도는 일본의 첫 사망자 사례를 전하면서 지역 감염 확산에도 불구하고 방역 대책이 보이지 않는 그들의 무능을 은근히 꼬집고 있었다. 우리는 그 주말 퍽 안전한 좋은 나라에서 살고 있음에 안도하면서 스스로들 대견해했다. 바로 그 순간에도 안전불감증을 일으키는 오만 바이러스를 우리 내면에 무럭무럭 키우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를 깨닫는 데 불과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비단 이런 실수만에 그쳤는가. 전염병 일시 확산에 따른 주가 급락은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전문가들의 외침에 고무됐다. 우량주 중심으로 바겐세일을 그사이 한껏 즐겼다. 하지만 탐욕은 여지없이 공포로 이어졌다. 이건 아닌데 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통증에 이번 주말 기분이 개운치 못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상상하기도 싫은 주가지수를 멀리하고 인적이 드문 산행길에 나서서 인고의 심신 단련을 시도한다. 세상사 이치를 알기 위해 수업료를 비싸게 치른 셈 치자. 스스로 위로의 변명을 해보기는 하지만, 실수는 실수일 뿐이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난 뒤 우리는 그런 결과를 초래한 원인이 비로소 분명하게 보인다. 그 때문에 그 일이 일어난 것은 매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로 고생한 사람은 이 일을 피하지 못한 과오 때문에 당해도 싸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당연한 위험을 예측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 전문가들이 미리 알 수도 있었을 일을 알려주지 않은 것 때문에 문책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과거 일을 회상하여 예측하는 능력, 시력은 2020이라는 말이 있다. 뒤통수에 달린 눈만은 양쪽 시력(hindsight)이 2.0, 2.0임을 풀어낸 표현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시력(foresight)은 앞을 보는 눈이 버젓이 있음에도 거의 눈을 감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빗댄 것이다.

2020년. 이 숫자가 주는 함의는 긍정적이다. 지난 수년간의 고진감래 시절과는 달리 올해는 밝은 눈과 지혜의 기운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리라고 기대했다. 2020년이 그냥 이대로 불운의 흑역사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인류 세계사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모범 사례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인지는 더 지나봐야만 알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믿는 것이 있다면 작금의 불행을 이기는 힘은 희망과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인류애일 것이다. 그것이 인간 존재의 필연적 근거이자 역사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이런 긍정 바이러스의 희망이 이번 주말 우리 심산의 팍팍함을 방지하는 백신이 되어주길 소망한다.

[김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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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m.news.naver.com/read.nhn?oid=009&aid=0004536332&sid1=110&mode=LS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