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 이야기] 한국경제 부침과 소송사건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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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법 이야기] 한국경제 부침과 소송사건 추세

대한민국은 국가 경제 총량에서 볼 때 세계 10위권대에 속하는 경제 강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는 3만달러를 넘었다. 인구 5000만명이 넘는 주요 국가들과의 비교에서도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소위 잘나가는 선진국에 버금가는 나라가 됐다. 그 점에서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과거 약소국의 설움 운운하는 한탄에 마냥 머물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여 우리나라에 대해 스스로 보다 더 자신감을 가지는 방향을 지향하는 편이 좋다고 하겠다.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경제적 자유가 그런 위상에 걸맞은 것인지. 이건 또 다른 문제이기는 하다. 지금 누리고 있는 국가경제의 위상이 마냥 성장 일변도의 결과가 아님은 자명하다. 이는 지난 30년간 우리들의 체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IMF 국가부도 위기,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의 여파를 온전히 겪기도 했다. 그사이 크고 작은 많은 기업들이 도산했다. 목하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분쟁이 진행 중이다. 경제 주체들의 경제에 대한 심리적 위축감은 이전보다 커지면 커졌지 결코 더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대규모 정리해고, 카드대란, 개인파산, 저축은행 부도사태, 자영업자 위기, 부동산 버블, 저임금 고용불안, 청년취업 문제, 노후보장 불안, 개인부채 급증 문제 등 개인의 경제생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연이은 난리통에 수난을 겪어오고 있다. 덕분에 중산층일지라도 자칫 삐끗하면 하루아침에 한계상황으로 내몰릴지 모른다. 우리는 이런 위기의식을 가지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문인지 오늘날 현대 한국인들은 저마다 앞날에 대한 불안감에 빠져 있다. 세계 주요 30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들의 약 80%가 세상이 점점 나빠진다는 답변을 선택했다(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지음, 김영사 펴냄, 2019)에서 재인용). 이런 비관적 답변 비율은 국가별로 볼 때 30개국 중 4위 수준이라고 하니 우리가 너무 심한 우울증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심각한 상호 간 신뢰의 위기에 봉착해 있기도 하다. 그것은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문제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즉 분쟁의 빈발이었다.

이런 연유로 지난 수십 년간 법원에 들어오는 법적 분쟁은 급격히 늘어났다. 국민 경제가 부침을 크게 거치면서 요동쳐 왔다. 그러다 보니 소송사건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그것이 최근까지의 전반적인 추세라고 요약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을 기준으로 해서 추세를 보기로 하자. 그해 연간 1심 법원에 접수된 민사(본안)사건이 39만건이었다. 그 이후 매년 10만건씩 사건이 늘어나다가 IMF를 거치면서 1998년 90만건, 2002년 100만건을 훌쩍 넘기게 된다. 2006년은 역사적 최대치인 128만건에 달하여 기준 연도 대비 3.3배까지 사건이 증가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이후 사건의 급증 추세는 멈추게 되고 다소 사건 접수가 잦아드는 현상을 보인다. 현재 대략 100만건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2018년은 96만건을 기록했다. 참고로 같은 기간 형사사건을 보자면, 형사사건도 1993년 16만건이었던 것이 그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2012년 최고 29만건을 기록한 이래 최근 몇 년간은 사건 수가 다소 줄어들어 24만~27만건에 머물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급증한 사건 추세. 이런 추세는 필연적으로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비효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졌음은 분명하다.

다행인 것은 최근 10년 정도는 사건이 다소 감소한 상태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규모는 커지고 있는데도 분쟁이 급증하다가 정체를 보인다는 것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떤 제3의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으리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법적 분쟁을 다루는 법원과 같은 공적 기관에서는 이 변곡점이 발견된 시점에서 심도 있는 원인을 진단해볼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차제에 분쟁의 발생 원인, 예방적 분쟁 차단 방도, 효율적인 분쟁 해결을 위한 좋은 연구와 정책 수단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김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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