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 이야기] 희망에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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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법 이야기] 희망에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어둠에서 걸어 나오리라. 두려움 없는 열정으로./움터오는 새벽을 우리가 열어주리라./우리는 그 빛을 바로 맞이해 머물 용기만 있으면 족하리./언제나 빛은 그곳에 있을지니.”

2021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막연하게나마 갖게 되는 미래 희망. 다만 그 희망과 기대에 또 배신당해 상처받을까 두렵다. 희망을 품기에도 용기가 정말 필요할까. 마침 이런 관심사에 걸맞을 듯한 시(詩) 하나를 우연히 접했다. 며칠 전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장에서 낭송된 시였다. 22세의 신예 시인 어맨다 고먼(Amanda Gorman)의 축시 `우리가 오를 언덕(The Hill We Climb)`의 마지막 구절이다.

실로 2020년 말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명하게 갈라진 표심. 반대파를 용인하지 못하는 극도의 반감과 증오. 그러한 정서는 난장판이 된 후보자 토론회로 그대로 이어졌다. 선거도 치르기 전부터 공공연하게 선거 불복을 시사하던 전직 대통령. 그는 끝까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집무실을 떠났다. 아니나 다를까 최종 의회 승인을 앞두고 반대 시위대가 폭도로 돌변, 의사당에 난입해 유혈 사태를 일으키는 불행한 일까지 벌어졌다.

경제 피폐 속에서 인종 우월주의, 국수주의,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지다 보면 왕왕 큰 변란이 일어나곤 했다. 안 그래도 전 세계가 2020년 한 해를 코로나19의 질곡 속에서 허덕이며 헤매고 있는 와중에, 세계 최강국이라는 그 나라의 정치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는 실망스러움을 넘어서 온 세상 앞날을 더욱 불안하고 어둡게 만들었다. 하여 이런 상황을 바다 건너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고 본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방송을 통해 전해진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식장은 관념상으로만 축제의 장소였을 뿐, 현실은 삼엄한 경비 속에서 분위기가 꽤 무거워 보였다. 이 대목에서 시인은 선거 정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하나로 모아야 함을 시 낭송을 통해 호소했다. 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새로운 시대의 미래 희망과 과제를 절절하게 읊어갔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는 대신 미래의 나라를 향해 전진할 것이다. 그 나라는 한때 멍들었지만, 따뜻하고 담대하며, 열정이 넘쳐나고 자유로운, 완전한 나라로 나아갈 것이다.”

거창하게 다른 나라의 정치적 이벤트를 가지고 더는 왈가왈부할 것까지도 없겠다. 남의 나라 사정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우리나라 일도 이만 못지않게 여기저기 꼬여 있음을 다시금 자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골치가 점점 아파온다. 더구나 코로나19로 경제활동과 사회적 행동반경에 커다란 제약이 생겨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내 코가 석 자면서 주변머리 없이 남 걱정을 되레 하는 것 자체가 주제넘고 민망한 일이긴 하다. 그래도 시 마지막 구절이 강조해 확인해주듯이 희망에도 용기라는 촉매가 필요한지는 따져보고 싶다.

필자는 직업적 임무 때문에 법적 문제로 극도의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고객으로 만나는 일이 종종 있다. 구치소에 갇힌 의뢰인을 찾아 변호인 접견, 면회를 가 보면,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좀 일찍 풀려날 희망이 있겠느냐 하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 맥락에서 보자면 희망 고문 없이 격려로서 역경을 버텨낼 용기를 북돋아 주는 상담사 일이 변호사 주업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있다. 극도로 절망스러운 시점은 바닥을 친 때라서 이제 미래의 상승, 희망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일 수 있다. 다만 그 희망을 담백하게 받아들여 즐길 수 있는 일말의 용기와 배짱은 필요할 터. 진정한 절망은 희망을 담아낼 기력조차 상실한 때다.

그래도 올해는 작년과는 달리 좋은 일도 있으려는지 연초부터 주식시장 초활황, 백신 예방접종 소식 등 희망을 품을 일들이 생겼다. 코로나19도 잡히고 살림살이도 이제는 좀 나아지려나 기대하게 된다. 크게 욕심부릴 만한 일은 없어도 좋다. 다만 빛은 거기에 늘 있을 것이기에 제발 소소한 희망이라도 지탱할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인지 시 구절 격려 덕담이 이번 주말 유난히도 솔깃하게 들려오나 보다.

[김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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